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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으로

어머니가 폐암 말기(4기) 환자입니다.

by 솔토지빈 201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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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폐암 말기(4기) 환자입니다.


어느덧 어머니가 폐암말기 확진을 받은 지가 1년 3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동네 병원에서  폐암 말기라며 잘사셔야 6개월이라며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진일 것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믿음은 2011년 9월 23일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4기 확정 진단을 받으시면서 깨져버렸습니다.


정확한 병명은 비소세포암중에서 선암이라고 하더군요. 비흡연 여성이 잘 걸리는 폐암이랍니다. 담당 교수님에게 정확한 상태를 전달받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눈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어머니가 왜 폐암에 걸렸을까? 어머니가 세상을 살면서 무슨 죄를 많이 지으셨기에 폐암에 걸렸을까? 라는 생각에 억울함과 슬픔이 교차하더군요. 몇 칠 동안은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을 어머니 앞에서 보이면 안될 것 같아 항상 어머니에게는 긍정적인 말씀만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더 억울한 것은 동네 병원의 오진이었습니다. X레이로는 폐암 여부를 확진하기는 어렵지만 이상 증세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주 가는 동네병원이었고 여러 번 X레이 촬영도 했던 병원이었습니다. 동네병원 의사도 평상시 폐 부분의 X레이 촬영에서 이상 부분을 발견했으나 폐암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예전에 폐질환의 흔적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한 정기건강검진에서도 폐에 문제가 있다고 소견서에 기술이 되어 있었으나 재검진 통보가 없어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강관리였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뒤로 한 채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서 많은 검사를 실시한 결과 폐암이 뇌까지 전이되었다는 충격적인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뇌에 전이된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였습니다. 다행이 뇌에 있는 종양의 크기가 작아 감마나이프라는 수술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종양내과에서 네 번의 항암치료와 함께 신경외과, 정신과를 번갈아 가며 병원에 매달리며 어머니의 항암치료에 전념했죠. 2011년 12월 21일 마지막 항암치료가 끝났습니다. 항암치료 할 때마다 고통에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는데 결과는 더 참담했었습니다.


항암 치료효과가 전혀 없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끝이구나 하는 절망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께서 표적치료제 이레사를 사용해보자고 하더군요. 이레사는 유전자검사를 통해서 이레사 치료 효과가 좋은 유전자를 보유한 환자에게 처방하는 치료제라고 하도군요. 어머니는 일치하지 않는 유전자이셨습니다.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어머니에게 희망을 드리며 다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두 달 후 양전자 단층촬영(PET) 결과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기존의 암 크기가 30%정도 줄었다고 합니다. 비소세포암중 선암은 흡연자의 폐암처럼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작은 알갱이들이 폐의 외곽에 흩어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작은 부분들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기쁜 소식에 가족들이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죠. 이제 이레사를 복용한지 1년이 되었네요. 지금은 폐암의 크기가 처음보다 40% 정도 줄어든 상태에서 이레사로 조절되고 있습니다. 모든 약이 그렀듯 장기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부작용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레사라는 약도 내성과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머니는 약제에 대한 반응이 정상인 것 같습니다.


  올해 어머니가 80세 이십니다. 고령이시죠. 자식 마음은 100세까지 사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암환자는 암으로 죽지않는다고 합니다. 본인의 삶의 의지가 너무나 중요하죠. 어머니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폐암 4기 6개월 시한부 삶 판정을 받고도 세상에 계시는 것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것 때문임입니다.


  지금 어머니는 일상생활을 하시는데 문제가 없지만 고령이시다보니 무릎 관절이 약해 힘들어하시죠. 폐암과 뇌에 전이되어 종양의 경과를 보기위해 MRI, CT, 전신뼈검사, PET 등 등의 검사를 위해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기간 동안 진통제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엄청난 고통과 밥을 먹는 것이 아닌 돌을 씹는 듯한 느낌, 그리고 세상을 끝내야 한다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겠지만 쭉 지켜본 저로서는 작지만 어머니의 고통을 느껴보았습니다. 그래도 환자에게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항암치료기간에 엄청난 고통은 옥시콘틴서방정으로 해결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라고 하더군요. 식욕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메게이스와 트레스탄캅셀을 드셨습니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영양 보충을 위해서 영양제 엔슈어액을 드셨습니다. 지난번부터 영양제가 엔커버액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외에도 저희집에는 많은 약들이 쌓여있습니다. 보호자로 있다 보니 저도 반 약사는 된 것 같습니다.


  폐암환자의 보호자로 병원을 다니면서 폐암환자가 너무 많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진료실에서 담당교수와 면담하는 시간은 3분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담당교수와의 면담시간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감기 걸렸을 때 의사선생님과 면담하는 시간과 비슷했습니다. 암환자와 감기환자의 면담시간이 같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병원비 차이도 엄청나게 납니다.



  대기실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 암환자가 많은 현실에서 진료 건수가 많아 어쩔 수 없다고 지금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에게 정신적으로 안정을 주고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면담시간을 1분만 더 연장한다면 더 많은 암환자들이 힘든 치료를 희망으로 버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기준 국가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 국민 평균수명이 81살까지 생존할 경우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친구가 위암으로 같은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지인 중에서도 현재 암환자가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언제가 나에게도 찾아올지 모릅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멋진 인생 가꾸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암 환자분들 희망을 가지시고 세상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완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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