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니분식집의 수제 돈가스
가을의 문턱에 방문했던 오마니분식집
이제는 가을이 문턱을 지난지도
오래되었나 보다
만추
오늘은 겨울의 문턱인 것 마냥
제법 찬 바람이 분다.
따끈한 수제비가 그리운 날이다.
수제비를 그리워하며
찾은 오마니분식집
쌀쌀한 날씨 탓에
묵직한 철문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포근한 내부 공간 때문이었을까
머리 어디엔가 머물렀던 수제비가 사라졌다.
initialization
메뉴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험난한 시간이 왔다.
그래
얼마 전에
중후한 남성이 혼자 먹던 돈가스
그냥 돈가스가 아닌
수제 돈가스
맛있어 보였다.
튀긴 음식은 자주 먹는 편이 아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소화와 건강이다.
수제 돈가스를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메뉴 설정이 완료되었다.
수제
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수제
돈가스다.
촌놈이 심봤다.
기름이 빠질 수 있도록 기름받이
기름받이에 올려진 수제 돈가스
먹기 좋게 재단되어 나온 수제 돈가스
머리에 털 나고 처음 보는 광경이다.
먼 옛날 그러니까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를 먹는 사람들이 품위 있어 보이던
그 시절
데이트 식사의 정석 코스였지만
젓가락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아서
어설프게
칼 들고 포크 들고 돈가스를 잘라 먹던 그 시절에는
돈가스와 나이프 그리고 포크는
젊은 날의 표상이었다.
집에서 이마트 돈가스를 먹을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던
칼과 포크
오늘은 그렇게 설치며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마음과 몸은 이미 젊음을 상징하는 ‘분식집’
오마니분식집 모퉁이에서
새로운 컨셉의 수제 돈가스를 먹기 시작했다.
쿠키를 먹는 듯
바삭하다.
고기인데
고기 맛은 나는데
돼지 맛은 아닌 것 같다.
고소하고
깔끔하다.
두껍지 않아
식감도 좋다.
소스는 도대체 뭐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묘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특이하다.
아무 생각 없이
소스를 많이 찍어 먹다 보니
바닥이 보인다.
이런!
계획경제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조금씩 아껴서
소스 그릇을
돈가스로 닦아 내듯
계획경제를 넘어서
남은 돈가스 조각 모두에게 공평하게
소스가 분배될 수 있도록
맑스의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수립했다.
한 톨이라도 잉여로 존재하지 않도록
조리된 생산물은 모두 식도를 타고
내 몸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식가인 내가 이렇게
많이 먹고
괜찮은 걸까?
수제 돈가스를 받쳐주던 철망 아래에는
기름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오랜만에 먹은
오마니분식집
수제 돈가스
맛도 맛이지만
젊은 날의 추억을
아련히라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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