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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야기

우리가 공감을 못하는 이유

by 솔토지빈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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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감을 못하는 이유

Contents

     

    1. 공감은 인간 행복의 필수 요소

    행복해지고 싶다면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한다.

    누군가가 보여주는 배려하는 공감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삶의 원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관계는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풍성하게 가꾸어 나갈 수 있다.

     

    정신 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이런 말을 했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생각과 감정, 희망과 두려움 속으로

    창의적이고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는 능력

    또 다른 사람도 자신에게 똑같은 일을 하도록 허용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그것이야말로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공감이 이렇게 좋다고 하고 사상가들은 공감은 인간의 본성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공감하지 못할까?

     

    문화사상가이자 라이프스타일 철학자인 로먼 크르즈나릭은 그의 저서 공감하는 능력에서 우리가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앞에 공감적 상상력을 가로막는 네 가지 근본적인 사회적, 정치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장벽의 이름은 편견, 권위, 거리, 부인이다.”

     

     

     

    공감하는 능력

    <옵저버>지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철학자’로 거명한 대중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그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어떻게 타인들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는지, 또 어떻게 모

    www.aladin.co.kr

     

     

    2. 편견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대인은 돈에 인색하다라는 편견이 있다.

     

    500년 전 쓰인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돈밖에 모르는 교활하고 잔인한 악마로 등장한다.

     

    이 소설로 유럽 사회에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더 고착화되었다.

    나치는 열등 인간이라는 인종주의적 범주를 만들어

    그 안에 유대인과 집시를 집어넣고 그들을 집단으로 처형했다.

     

    정치나 종교, 민족주의 또는 어떤 강력한 집단의 산물이든

    모든 정형화에는 편견으로 비인간화하고

    인간의 개성을 지워버리려는 활동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121일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다.

    동작구의 한 어학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공부를 못하니 할 줄 아는 게 배달밖에 없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으면 배달 일하겠어.”

    그런데 그 직원은 어학원에 셔틀 도우미였다고 한다.

    직업을 비하하는 이런 막말을 해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었다.

     

    아래 영상은 이화외고와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도배사로 일하고 있는 배윤슬님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자신만의 삶을 위해 그만두고 도배사로 일하며 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도 썼다.

    직업은 신분증이 아니다이제 직업과 관련된 편견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전형적인 틀을 만들고

    첫인상을 근거로 섣부르게 상대방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 상대방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해 버린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전원을 끄듯이 꺼 버릴 수는 없다.

    편견과 선입견은 우리 정신에 너무나 깊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이 우리에게 행사하는 힘을

    서서히 줄여나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3. 권위

    공감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권위에 복종하려는 인간적 성향이다.

     

    역사 전체에 걸쳐

    학살이나 인종 말살과 인권침해에 개입된 사람들이

    자신들을 방어한 논리는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라는 것이다.

    그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아이히만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핵심 기획자였다.

    19455월 나치는 전쟁에서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아이히만은 홀연히 사라졌다.

     

    역사 속에서 잊힐 뻔했던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 작은 도시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다가

    1960511, 15년 만에 우연히 정체가 드러났다.

     

    아이히만의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자기 아버지가 나치 정권에서 한 일을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여자친구가 이 얘기를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제보했고

    아이히만은 체포되었다.

     

    196112월에 열린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은 서른일곱 개 나라에 생중계되었다.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은 명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고

    자기 행동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교수형을 당했다.

     

    당시 재판을 참관했던,

    유대인 출신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가 사이코패스나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명령에 따랐고 
    법에도 복종한 아주 전형적인 개인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32년 비밀 나치당에 입당해 1962년 예루살렘에서 교수형을 받기까지, 아이히만의 삶을 통해 악이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의 개념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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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문제는 그와 비슷한 사람이 너무나 많으며 그런 수많은 사람이 변태도 아니고 사디스트도 아닌 예나 지금이나 아주 끔찍하고 무서울 정도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한나 아렌트는 이런 태도를 악의 평범함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누구라도 아이히만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권위에 복종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가 있는지를 궁금해하던 사람이 있었다.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아이히만이 재판을 받던 1961년에 "권위에 의한 복종"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이 유명한 밀그램 실험이다.

     

    비윤리적이고 잔인하며 끔찍한 실험이었음에도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은 누구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탠리 밀그램은 세상에 증명했다.

    20165월에 밀그램의 실험을 영화화한 밀그램 프로젝트가 개봉되기도 했다.

     

     

    밀그램 실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밀그램 실험, E는 실험자(Experimenter), T는 선생(Teacher), L은 학생(Learner)이다. T(선생)가 피실험자. 밀그램 실험(영어: Milgram Experiment)은 1961년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

    ko.wikipedia.org

     

     

    우리는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향이

    우리 대부분의 내면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교사들에게 배우고 성장하는 동안

    복종하는 문화를 서서히 흡수하며 살아왔다.

    직장에서도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이렇게 권위에 대한 복종을 너무 쉽게 내면화하고

    공감하려는 본능을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다.

     

    아래 영상은 권위에 복종하여 평범한 사람도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직원 전체가 가담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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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는

    필요하다면 기꺼이 권위에 저항하려는 욕구가 있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저항하고 언제 복종해야 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질문의 내용을 조금 바꿔보겠다.

    저항과 복종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4. 거리

    공간적 거리는 공감의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문화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기는 어려운 일이다.

     

    도덕 감정론을 쓴 애담 스미스는 이런 말을 했다.

    “내일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고당할 사람들을 직접 볼 일이 한 번도 없다면 동족 수백만 명이 대지진으로 땅속에 매몰되는 사고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코를 골면서 숙면을 취할 것이다. 그 엄청난 규모의 파괴도 자신에게 닥칠 하찮은 불운에 비하면 대단한 관심사가 못 된다.”

     

    철학자 피터 싱어는

    공간적 거리가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우리 눈앞에서

    공원 연못에 빠진 아이를 구하러 달려갈 때와 같은 감정을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아이를 돕는 일에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상가들은 현실적으로는 거리 때문에

    사람들의 도덕적 관심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거리, 그저 공간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도 공감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가령 우리는 학벌이나 민족, 종교, 정치 성향에서

    자신과 사회적으로 닮은 사람들과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다.

     

    우리는 이웃에 살더라도 사회적 거리가 먼 사람들과는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라는 장벽을 넘어서려고

    낯선 사람들이나 내집단' 밖에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5. 부인

    201592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한 장의 사진이 보도되었다.

     

     

    그리스를 바라보는 튀르키예(터키) 해안가에 머리가 모래에 묻힌 채 죽은 세 살 아이의 사진이다.

    아이는 시리아 출신에 에일란 쿠르디이다.

    지금도 시리아에서는 내전 중이다.

     

    쿠르디는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다

    지중해에서 배가 전복되면서 엄마와 형과 함께 익사했다.

    죽기 전에 쿠르디의 밝은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6817일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된

    다섯 살의 끔찍한 이미지의 옴란에 모습이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다시 전 세계 시민들은 슬픔에 빠졌다.

    6개월 후에 기자가 다시 만난 옴란의 밝은 모습이다.

     

     

    혹시, 전쟁 이재민의 사진이나

    굶어 죽어가는 먼 나라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거나

    공감하는 반응이 거의 생기지 않는 경우가 어느 정도 자주 있었나?

    자주 있었다면 자비 피로 또는 공감 피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2021815,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일어난

    대규모 피난 행렬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우울한 뉴스와

    안타까운 사진들의 집중 폭격을 끊임없이 받다 보면

    심리적으로 탈진한 상태가 된다.

     

    아래 왼쪽의 사진은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원서의 책 표지이다.

    끔찍하다.

     

     

    오른쪽 사진은, 20041월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책 표지이다.

    끔찍한 이미지 대신 작가의 사진으로 대체했다.

     

    이 책에는 인간의 끔찍한 살육 장면이 많이 들어 있다.

    물론 사진이다.

     

    수전 손택은 이미지는 우리를 마비시킨다라고 말했다.

    굶주리고 야윈 아이들의 사진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한 번 더 그런 사진을 본다 해도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진을 많이 볼수록 초기에는 번아웃 상태에 빠졌다가

    편안하게 무감각해지는 공감 결핍증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20226월에 파키스탄에서 큰 홍수 때문에

    800만 명에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재민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더라도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문제가 워낙 크다 보니 나 한 사람이 개별적으로 행동해봤자

    아무런 효과도 없을 거란 얘기다.

     

    또 나쁜 단체나 부패한 관리들이

    내가 내는 기부금을, 착복할 수도 있더라는 이유도 든다.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이런 논리가

    죄책감이나 도덕적 책임감을 덜기 위한, 부인의 한 형태이며

    이런 부인 논리에는 공감적 자아의 핵심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6. 결론

    편견, 권위, 거리, 부인은 공감을 가로막는 막강한 장벽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에 저항할 수 있고

    자신을 스스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이렇게 낙관하는 근거는 우선 이런 장벽들이 일차적으로는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박은 특성이라기보다는

    문화, 사회, 정치가 만들어 낸 것들이다.

     

    이것은 우리가 개인 차원에서든 사회 차원에서든

    그것들에 도전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먼 크르즈나릭의 저서 공감하는 능력은 우리가 왜 공감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줄 것이다.

    꼭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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