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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야기

애착 이론의 선구자 해리 할로의 애착 실험을 증명해 준 차우셰스쿠

by 솔토지빈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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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이론의 선구자 해리 할로의 애착 실험을 증명해 준 차우셰스쿠

Contents

     

    1. 존 볼비의 애착 이론 연구

    애착 이론의 선구자 존 볼비는 1950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고아원에서 모성 경험이 결핍된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에 관한 연구를 위탁받았다. 볼비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4세 이하의 아동을 대상으로 장시간에 걸쳐 추적하고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의 결과로 어머니의 보살핌과 정신건강(Maternal Care and Mental Health)이란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논문에서 존 볼비는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 성인이 된 후에도 지적·사회적·정서적 지체를 경험하게 된다라는 애착 이론의 핵심 내용을 주장했다.

    1950년대에 서양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아이를 따로 재워라’, ‘응석을 받아주지 말라가 유행하였다. 당시에 이런 육아법은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벤저민 스포크(Benjamin Spock, 1903~1998) 박사가 1946년에 저술한 유아와 육아의 상식이라는 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존 볼비의 주장은 벤저민 스포크의 주장에 반대되는 주장으로 당시 아이를 키우던 부모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2. 해리 할로의 원숭이 애착 실험

    1959년 존 볼비의 주장을 지지한 위스콘신대 심리학 교수인 해리 할로(Harry Harlow, 1905~1981)는 새끼 원숭이를 대상으로 유명한 실험을 하게 된다.

    해리 할로는 새끼 원숭이를 태어나자마자 어미 원숭이와 분리했다. 새끼 원숭이가 어미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해리 할로는 어미 역할을 할 대리모 장치를 제작했다. 첫 번째 대리모는 차갑고 딱딱한 철망으로 만들어진 원숭이 모형에 우유병을 달아놓았다. 또 다른 대리모는 우유병은 없으나 따뜻하고 촉감이 좋은 포근한 헝겊으로 싸놓은 원숭이 모형이었다.

    이 실험에서 새끼 원숭이는 우유를 먹는 시간을 빼고는 따뜻하고 포근한 헝겊으로 싸놓은 원숭이 모형과 시간을 보냈다.

    해리 할로는 더 적극적인 실험을 해보았다. 새끼 원숭이에게 공포감을 주거나 낯선 환경으로 옮겨 놓았다. 그러자 새끼 원숭이는 따뜻하고 포근한 헝겊으로 싸놓은 모형 원숭이에게 달려가서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

    해리 할로는 식욕을 충족하는 욕구와 정서적인 공감을 제공하는 이 실험을 통해서 정서적 공감이 아이의 애착에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냈다.

    해리 할로의 애착 실험의 가장 큰 약점은 인간 아기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실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간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실험한다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인간 아기를 대상으로 새끼 원숭이 애착 실험을 한다면 비극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비극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3. 차우셰스쿠의 아이들

    사회주의 국가의 맹주인 소련이 19911226일 붕괴하였다.

    소련이 붕괴할 조짐은 정확하게 2년 전인 1989년 크리스마스 날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루마니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면서 시작되었다.

     

    24년간 루마니아를 통치했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시민혁명으로 독재자의 최후로는 역사상 가장 비참하게 90여 발의 총알을 맞고 총살형을 당하는 모습이 루마니아 국영 TV에 공개되었다.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하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 더 충격적인 소식이 세계 곳곳에 엄마와 아빠들에게 알려졌다.

     

    바로 이 사진이다.

     

    루마니아의 국립 고아원의 참상이 공개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아원이 아닌 아기 사육장이었다.

     

    고아원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버려진 이유는 차우셰스쿠 정권이 1966년에 시작한 엽기적인 출산 장려 정책 때문이었다.

    차우셰스쿠는 인구를 늘리는 것이 루마니아가 유럽에서 강국이 되는 방법이라며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한다.

    차우셰스쿠의 논리는 이렇다.

     

    인구 증가- 생산력 향상 군사력 강화 부강한 루마니아

     

    부강한 루마니아를 건설해야 한다는 이름으로 차우셰스쿠는 엽기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했다.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지 않으면 세금을 물렸다.

    출산에 방해가 되는 이혼은 금지했다.

    피임하면 사형, 낙태해도 사형을 시켰다.

    아이 네 명을 낳지 않으면 금욕 세를 만들어 세금을 내게 했다.

     

    황당했던 정책의 결과로 루마니아에서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가난한 공산국가 루마니아에서 가난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가정에서는 아이를 버렸다.

    버려진 아이의 수가 수십만에 달했고 아이들은 국가 고아원에 수용되었다.

    이렇게 고아원에 수용된 아이들이 그 유명한 차우셰스쿠의 아이들이다.

     

    당시 루마니아 고아원을 방문한 한 아동심리학자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떤 감정적 자극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닭장 같은 우리 속에 갇혀 있었다.

     

    고아원에 수용된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보모 한 명이 수십 명의 아이를 양육했다. 아이가 울더라도 안아주거나 달래주는 애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이에게 애정 표현을 하면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인원이 한정된 보모들은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아동 방임은 보모의 결정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의한 양육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기둥에 매달아 놓은 우유병으로 혼자 우유를 먹도록 방치하기도 했다. 울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한 아이들은 울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아이들은 감정적인 돌봄과 사랑은 전혀 받지 못하며 성장했다.

    고아원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루마니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마니아 고아원의 실상은 아동심리학에서 기념비적인 애착 이론이 정립되는 계기가 됐었다.

     

    애정이 결핍된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차우셰스쿠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똑똑히 지켜보았다. 양육자가 정서적인 제공을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인간 본성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어린 시절에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아동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과 다양한 정신질환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애착 이론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거칠고 주도성이 떨어지고 갑자기 흥분하는 등 자기 통제를 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관찰 결과를 토대로 아동심리학자들은 생애 초기 애착 형성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내적 요인을 형성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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