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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으로

어쩌다 마주친 오마니분식집

by 솔토지빈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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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오마니분식집

 

우연히 어쩌다 찾아간 오마니분식집이다.

처음 목적지는 안양 석수시장 안에 있는 칼국수 집이었다.

석수시장을 지나가는 길에

수제비 3,000

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칼국수도 3,000원이면 말도 안되는 가격인데

손이 더 가는 수제비가 3,000원이라니

 

어이가 실종된 상태에서

식당문 앞으로 갔다.

닫혀있는 문 앞에 걸린 엉업중이라는 푯말이 없었다면

영업하지 않는 식당으로 오인할 정도다.

 

일반적인 분식집 입구 포스는 절대 아닌 특별한 입구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뭔가 묘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문을 열자마자 홀이 아닌 통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황스럽다.

걸어 들어가면서 1.5m 정도의 통로가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느낌은 뭘까?

 

손님은 나 혼자뿐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어서일까?

20년 전에 개봉된

신장개업이라는 국산 공포 영화를 본적이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식당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웬지 내 느낌은

신장개업에 등장하는 중국집 홀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다.

 

홀 중앙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오마니분식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다.

그냥 아담하고 소박하게 보이는 내부다

수제비를 주문하고 나니

잠깐이었지만

신장개업

분위기를 탈피하고

갑자기

너무나도 낯선 여행지의 한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몰려온다.

 

깨끗한 오마니분식집 벽면 그러니까 주방 쪽 위에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있다.

 

 

오른쪽 벽에도 작은 메뉴판과 함께 액자 메뉴가 보인다.

 

메뉴의 종류가 다양하다.

자세히 확인은 안 했지만, 메뉴판의 글자들이 손으로 직접 쓴 글씨 같다.

뭐 요즘에는 손 글씨체 폰트가 있어서 인쇄도 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크기의 종이에 주인장께서 손수 작성했다면

대단한 정성이다.

글자는 어쩌면 저리 아름다울까?

한석봉 오마니체 같다.

음식도 저 손글씨처럼 대단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갑자기 가장 좋아 보이는 자리의 큰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자리를 오마니분식집에서 가장 구석인 변방으로 이동했다.

난 원래 구석에서 처량하게 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처음 온 식당이지만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올 때와 달리

손님들이 막 들이닥칠 식당으로 느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기다리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메뉴판을 보고 또보고 ..

 

드디어 수제비가 나왔다.

한 숟가락을 먹어본 순간

황홀한 입맞춤과 함께 내 입천장에서 불이 났다.

천천히 식혀 가며 그리고 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국물까지 모조리

 

최근 들어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음식이 없었다.

아니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수제비가 없었던 것 같다.

수제비는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셨던

송편 두께의 절반 정도의 크기를 생각했는데

속이 보일듯한 만두피 정도의 두께다.

쫄깃하다.

깔끔하다.

시원하다.

정결하다.

 

아 그런데

실수했다.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수제비 비주얼에 그만

정신 줄을 놔버렸다.

빈 그릇도 주인장께서 가지고 가버렸다.

이런.....

마약에 취한 느낌에 수제비를 기다리면서 찍은 내부 사진 말고는

정작 수제비 사진은 찍지 못했다.

먹고 싶을 때 사진이라도 보면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라도 흘릴 기회마저도 없어졌다.

개 아쉬움........

 

(산 정상을 보며 아쉬움 달래기 ...........................................)

 

먹으면서

음식값을 카드로 결제하려 했는데

그것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든다.

 

김밥천국에서 2,000원짜리 김밥을 먹고도 카드 결제를 했었는데

!

그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마도

너무너무 맛있게 먹다 보니

음식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너무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제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재료비 + 인건비 = 3,000

3,000 카드수수료 = 2,??? ( 난 장사를 해본 적이 없어 수수료율 모름)

이제는 감성적으로

3,000 + 정성 + 카드수수료 = 2,???

도저히 카드를 낼 수 없는 EQ 발동

난 공감제로가 아니다.

 

첫 느낌과 전혀 다른 반전의 맛

 

어쩌면 작은 분식집에서 볼 수 없는 굳게 닫힌 문

그것도 무지하게 묵직한 철문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라는 내 예감은 맞는 것 같다.

 

튼튼한 철문은 밖에서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방해받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아늑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건 완전히 내 생각인데

오마니분식집이 오픈할 때부터 일부러 철문을 달지 않았을 것 같다.

아마 오마니분식집이 생기기 전에

그러니까 과거에..

요상한 술집이 영업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런 술집들은

왠지는 모르겠는데

철문이 공통점인 것 같다.

이건 자유로운 내 생각 ㅎㅎ

예전에 뭔 집이든 어떠하리 맛있으면 그만이지

 

분식집 = 철문

고정관념을 깬 컨셉

 

오마니분식집에서

오마니가 해주신 음식처럼 맛있게 oh many 먹었다.

 

집 근처는 아니지만 가끔 오마니가 생각날 때

들려야 할 것 같다.

살아생전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

아들 밥 잘 먹는 모습을 그리 좋아하셨는데.....

 

안양시 석수동 석수시장에 위치한 오마니분식집

먹어봐야 할 메뉴가 너무 많다.

다음에 다시 와서 다른 메뉴도

오마니 느낌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  20191015일 두 번째 수제비 먹던 날 ===========

 

처음 만난 느낌을

다시

 

드디어 정신 줄 잡고

수제비 사진을 찍었다.

딸랑 한 장....

배짱도 좋다.

 

 

내 스마트폰은 한 방에 20장 연사 촬영도 되는데...

여러 컷을 찍어서 작품을 골라내야 하는데.....

 

원래 먹는 거에 욕심이 없어서인지

음식 앞에서 사진 컷도 인색하다.

 

실물보다

먹음직스럽지 못하게 나왔다.

한 장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다.

 

사진

 

나이를 먹을수록 몸 안에 가뭄이 든다.

침샘 또한 메마르다.

메마른 침샘에서

샘물이 솟아오르는 듯한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

 

연습

또 연습

언젠가는 사진에서도 촉촉함이

느껴지는 그런 컷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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